虛作談論 232

‘學而編’과 골프

골프는 늘 아쉬움으로 끝이 난다. 라운딩이 끝날 때 쯤 되면 여러가지 후회가 따르고 다시 기회를 준다면 잠시 놓쳤던 사항을 반드시 지켜가며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지만 되돌릴 수 없음에 늘 아쉬움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끝없이 學習하고 몸에 익혀서 아무런 생각없어도 저절로 되어져야 한다는 것인데 라운딩을 가면 매번 論語가 시작되는 제1편의 ‘學而編’과 골프가 정말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라) 배우고 익히니 이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니던가? ‘머리를 들지 말라 했지~’ ‘칩샷 체중 왼쪽에 두라고~’ ‘샷은 몸통스윙을 해야 하고~’ ‘퍼팅할 때는 어깨로 하라고~’ ‘손목쓰지 말라고 하는가 하면 또 어떤 때는 손목을 써야한다고~’ 배우고 익힌 것이 제때 기억나서 ..

德談

햇수로 4년전 어른인지 아이인지 구분이 잘 안가는 歲時風土가 마음에 들지 않아 어른 노릇할 양으로 작심을 하고 모임의 후배들에게 동기생 서넛이서 반강제로 화갑상을 받아 먹은 적이 있었다. 그 후 회갑잔치는 그 모임의 慣例가 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데 며칠전 그 행사가 열린다 해서 초대를 받았었다. 예전에는 축하를 받는 자리여서 웃고 떠들면 그만이었는데 지금은 제일 선배로서 德談을 해달라고 부탁을 받는 입장으로 바뀐 것을 보니 세월여류(歲月如流)라고 물처럼 뻘리 흘러가버린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됐었다 그래서 요즘 한참 좋아하는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의 '사청사우(乍晴乍雨)' 詩 한首 읊어주고 돌아왔었다. “‘요즘은 모든 것이 변해야 산다’며 변화를 추구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우리가 ..

無主空山(무주공산)

휴일 배낭을 메고 뒷산에 올랐다. 한 시간쯤 오르다 보니 벤치가 군데군데 있는 쉼터가 눈에 띄어 물 한잔 마시고 쉬어 가려고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바로 근처에 어르신 한 분이 부지런히 호미질을 하며 무언가를 심고 계셨다. ‘아니 왜 無主空山 허허로운 곳에다 무얼 심는 것일까?’ 다가가서 말을 건넸다. “어르신! 날도 더운데 무얼 그리 열심히 심으세요? 물 한잔 하시고 하시지요.” “물은 방금 마셨고 달맞이꽃 입니다”하시더니 연신 작업을 계속하신다. “아니 여기다 이렇게 심어놓으시면 누가 캐어가지 않나요?” “꽃이 이쁘게 피면 캐어 가기도 하지요.” “아! 네, 그런데 이 모종은 어디서 구하셨나요?” “양재동에서 사 왔지요” 주의 깊게 주변을 살펴보니 여기저기 나무토막으로 경계를 만들고 화단이 꾸며져 있..

결혼기념일

지난 오월십육일은 서른여섯번 째 결혼기념일, 뉘에게는 군사쿠테타, 나에게는 혼인쿠테타, 이순(耳順)지나 종심(從心)을 바라보지만 요즘은 나이 관계없이 이벤트가 대세(大勢)인 세상이니 시대조류 따라 살아야 섭섭지심 없을 터, 주말을 이용해 애마를 끌고 서산, 태안일대를 휘젓고 다녔다. 내 가고 싶은 곳, 내 먹고 싶은 음식 즐기며 서산의 고즈녁한 천년 고찰(古刹) 상왕산 개심사(開心寺)를 시작으로 사방이 시원스럽게 트인 해미읍성에서 선조들의 체취를 느낀 다음, 내가 짝사랑하여 자주 다녔던 신진도 안흥외항에서 하룻밤 여장을 풀며 지금이 딱 제철이라는 갑오징어와 우럭탕에 밤늦도록 소주잔 기울이고 (원래 계획에는 안흥외항에 떨어지는 해를 벗 삼아 대작하려 하였 으나 비오는 탓에 계획을 수정 마누라와 둘이서만 주..

'사청사우(乍晴乍雨)

사청사우(乍晴乍雨)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 乍晴還雨雨還晴 (사청환우우환청) 天道猶然況世情 (천도유연황세정) 譽我便應還毁我 (예아편응환훼아) 逃名却自爲求名 (도명각자위구명) 花開花謝春何管 (화개화사춘하관) 雲去雲來山不爭 (운거운래산부쟁) 寄語世人須記認 (기어세인수기인) 取歡無處得平生 (취환무처득평생) 잠시 맑다 비 내리고 비 내리다 다시 개이네 하늘 이치 이럴진대 인간 세상 어떠하랴 나를 칭찬하더니 어느새 나를 헐뜯고 명예를 마다하더니 문득 명예 구하는구나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봄이 어찌 관여하며 구름 가고 오는 것을 산이 어찌 다투겠느냐 세상 사람들아 이 말을 알아 두소 기쁨만을 한 평생 누릴 곳은 없다는 것을. 매월당 김시습은 천재였다. 세 살 때 시를 짓고, 다섯 살 때 대학(大學)과 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