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 전직 사장님 및 원로 분들과 골프를 다녀왔다.
‘아리지’골프장, 캐디에게 골프장 이름을 설명해 달라 했더니‘아리’는 순 우리말로 아름답다는 말이고 ‘지’는 땅이니‘아름다운 땅’이라는 지명 풀이를 했었다.
라운딩 내내 큰비는 없었지만 실비는 내리고 바닥은 질척대고클럽은 땅에 박히고 잘 빠져나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장마철 우기중 라운딩은 행운이며 축복이라고들 하였다.
박회장님은 77세 喜壽 가 되셨다는데 비교적 큰 키에 꼿꼿한 체형으로 서울시 국장 하시던 전성기 시절에는 누구보다 젠틀하셨고 감히 가까이 다가가서 말 건네기도 어려웠었는데 작년에 喪妻하시고 외로움 많이 타시는지 많이 변하신 것 같다.
그날 따라 몹시 말씀을 많이 하셨고 多辯이셨다.
‘多言數窮 不如守中’이라고
‘말이 많으면 수가 궁해지고 (말 않고) 중심지키는 것만 못하다’라는 말이 떠올랐지만 얼마나 외로워지셔서 그러실까 하는 마음에 새삼 서글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외로움 때문에 말씀이 다소 많으셨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러나 과거 화려한 인생을 살아오셨고 고매한 인격까지 갖추신 분께서 하시는 말씀이라 오히려 삶의 지혜와 인격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라 여겨져 열심히 경청했다.
욕탕에서 보니 老軀라 그러신지 살은 많이 빠지시고 골격만 두드러져 보였고 밖에서 계신 모습을 보아도 흐르는 세월 탓인지 이제는 몸에 걸친 양복이 헐겁게 보여 다소 안쓰럽게 느껴졌지만 그러나 말씀을 한마디 하실 때마다 인격과 품위가 배어나오는 것이 느껴졌고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름답게 늙어갈 수 있는 것,
그것은 분명 축복이지만
오랜 세월의 내공이 전제되는 일임을 새삼 깨닫게 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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