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호위반으로 딱지를 떼인 운전자가 경찰에 항의한다.
나만 위반했냐고.
그러자 경찰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어부가 바다에 그물을 던질 때 그 바다의 고기 다 잡으려고 던지겠느냐?’
재수없는 고기가 걸리는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다.
같은 말이라도 사람이 하찮은 물고기 취급당하는 일은 기분 나쁠 일이다.
대통령이 국민을 IS에 비유해서 복면을 하면 안 된다고 하자 복면금지법이 통과되지도 않았는데 법무부장관은 복면시위를 금지하고 양형을 높이겠다고 목소리를 키운다.
급기야 새로 출범하는 검찰총장은 “복면 착용하면 시위 단순 참가자도 기소”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시위를 하기 위해 모인 군중이 인산인해였었고 그중에는 과격한 시위를 하는 국민들도 있었다지만 왜 그 많은 국민들이 그런 시위를 하는지에 대하여는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마스크쓰고 얼굴 가렸다고 싸잡아서 그 잔인한 IS에 비유되는 국민들은 적잖이 기분이 나쁜 것이다.
국민들은 복면을 금지하라 하는 지존하신 분들에게 내놓고 반대할 수는 없고 풍자와 패러디로 그들의 불편한 심기를 표현하기 바쁘다.
정의당 대표는 ‘복면금지법 문제점 토론회’에 만화 캐릭터 “뽀로로가면”을 쓰고 나와 “제가 IS로 보이시나요?”라고 하고
어떤 시민단체는 고양이 가면을 쓰고나와 “이런 복면 어때요?”라며 깜찍 기자회견을 한다.
소설가 이외수도 트위터에 “웃기지만 마냥 웃지도 못할 세상에 묻는다”라며 “복면금지법 통과되면 복면가왕도 종방되나요”라고 적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기작가가 공공질서와 준법을 위한 조치를 일개 오락프로그램에 비교한다.
소통과 통합으로 모두가 하나 되어 힘을 합쳐도 어려운 판국인데 사회 지도층과 권력을 가진자들은 끊임없이 이전투구양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에 힘 없는 민초들은 곳곳에서 냉소로 항변하는 모습, 오늘날 세태다.
요즘 주말마다 등산을 하는데 지난주 등산할 때는 제법 날씨가 추워 볼이 시렸다. 출가한 딸에게 볼태기 따뜻한 물건을 구해 달라했더니 하필이면 이 상황에 IS보다도 더욱 심한 복면을 구해왔다.
천상 한파를 피하려면 딸이 구해준 “심한 복면”을 쓰고 산행을 해야 할 텐데 벌써부터 남들이 뭐라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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