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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모도원(日暮途遠)을 슬퍼하지만

재건축한다 전셋집 얻어 이사다니느라 분주하다 했던 친구 어제 저녁 만났더니 아파트가 준공되어 입주준비에 여념 없다고 한다. 한두해 지난일인가 다시 물었더니 벌써 삼년 반이나 지난 일이라고 未覺池塘 春草夢 階前梧葉 已秋聲 미각지당 춘초몽 계전오엽 이추성 연못가 봄 풀 꿈 채 깨기도 전에 뜰 아래 오동나무 벌써 가을소리 내는구나 친구 이야기에 도연명 싯귀가 생각났다. 한밤중 집에 돌아와 스마트폰 열어보니 또 다른 친구의 SNS도 역시 세월 타령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데 흰머리 늘어가고 주름살은 깊어지고 해 놓은 건 없는데 마음은 조급해지고 갈길 먼 나그네 저무는 해가 야속하기만 하다는 일모도원(日暮途遠)을 이야기한다. 불과 며칠 전에는 코비브라이언트가 갔다. 둘째 딸 농구경기 응원하러 자가용 헬..

SH공사 30주년 기념사업 수필공모전 공모작

사옥(社屋)이야기 1998년 말 지금의 개포동 신사옥을 준공하고 최첨단 IBS빌딩이라고 자부심이 대단했었는데 얼마 전 사옥관리를 담당하는 후배가 사옥이 입주한지 20년이 되어 장비 대부분이 내용연수(耐用年數)가 만기(滿期)가 되어 교체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제는 첨단사옥이 아니라 어쩌면 노후사옥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세월이 참으로 무상하구나 했었다. 지난 1998년 ‘신사옥총괄업무 수행자’ 라는 이유로 사옥에 관한 일화를 써달라는 원고 청탁을 받고 평소 좋아하는 고전(古典)과 연계하여 적어보기로 하였다. 오소야천 고다능비사(吾少也賤 故多能鄙事) 내가 어렸을 적에 천하게 자라서 지저분한 일을 하는데 능하다, 1989년 ‘서울특별시 도시개발공사’가 창설이 되며 처음 찾아갔던 정동 경기여고 옛 ..

수필공모전 대상 수상 소감

SH공사 창사30주년 기념사업으로 수필공모전이 있었다. 전현직 직원을 대상으로 수필을 공모했는데 ‘사옥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응모하여 영예의 대상을 받았다. 작가 두분을 모셔다가 엄중히 심사를 하였고 공사30주년 기념사업이라는 간행물에 게재되어 길이 남게 될 영광스런 수상이라 하였다. SH공사 종무식 식전행사로‘수퍼스타 히어로’라는 공연이 진행되었고 모 방송국 사회자가 진행을 밑았는데 공연중간에 상을 받으며 수상소감을 말해달라기에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오늘 이렇게 훌륭한 무대에서 귀한 상을 받게 되어 영광스럽습니다. 옛말에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감히 청할 수는 없지만 간절히 바란다’라는 말입니다, 공모전에 글을 써내며 상을 달라 감히 청할 수는 없었지만 기왕지사 응모하..

‘종운이 형’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경구(經句)를 좋아했다

‘종운이 형’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경구(經句)를 좋아했다. 사무실에 걸어 놓겠다고 나에게 붓글씨 작품 한점 써 달라 히길래 지금 한창 수련하고 있으니 조금만 세월가면 멋지게 써주겠노라 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종운이 형’은 세상 뜨기전 ‘금강경’을 사경(寫經)했다. 투병하는 동안 3년간 사경을 했는데 병세가 악화되어 수족이 생각대로 말을 듣지 않게된 올 유월에는 삐뚤빼뚤 흔들리던 필기작업도 그렇게 끝이 났다고 한다. 3년전 폐암말기 진단을 받았지만 주위에 일체 내색않고 외롭게 투병했는데 임종 이틀 전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고 산소마스크를 쓴채 이미 의식이 없이 가쁜 숨을 쉬는 그를 마지막으로 바라보았었다. 그냥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명하니 지켜보아야했던 가슴아팠던 그 날. 그 ..

행복 비법

하버드대 신입생과 빈민층의 10대 납성 등 수백명을 수십년간 추적 인터뷰를 하며 행복관련 연구를 진행했는데 정답은 인간관계였다고 한다. 행복한 삶은 높은 학력, 부유함, 명예가 아니었다고 한다. 금 수저이던 흙 수저이던 어릴 때부터 가족과 친구, 이웃 등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한 사람일수록 80대가 넘어 고령이 되어서도 행복했다고 한다. 결국 세속적인 성공을 위하여 좋은 인간관계를 희생시키는 것은 옳은 선택이 아니라는 말이다. 마크 트웨인은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짧기 때문에 다투고 사과하고 해명할 시간이 없다. 오직 사랑할 시간만이 있을 뿐이며 그것은 말하자면 한순간이다.‘ 좋은 인간관계를 아주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대인춘풍 지기추상 (待人..

인생을 관조하는

밝은 빛은 世上을 환하게 하여 어둠에 가려 볼 수 없던 事物을 비로소 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너무나 빛이 밝은 대낮에는 그 밝은 빛이 반사되어 事物을 정확하게 볼 수 없게 한다. 오히려 빛이 어느 정도 누그러지고 저녁녘이 되어야 事物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다. 인간의 얼굴모습을 사진에 담아낼 때 苦惱에 찬 표정이라던가 노인의 깊게 패인 주름의 모습 등은 칼라사진보다 오히려 黑白사진이 훨씬 리얼하게 보여주는 것도 이 같은 이치다. 그래서 그 옛날 맞선자리도 희미한 불빛 도라지위스키(?) 찻집에서 서로가 그윽하게 바라보아야 했던 것이었다. 우리 人生도 마찬가지, 환하게 밝았던 젊은 날에는 세상만사 올바로 보지 못하고 이리저리 부딪치고 깨지며 또 아물어가며 그런 격정의 세월을 살아왔었다. 그러나 이제 황혼..

사랑한다라는 말

아침나절 버스를 탔는데 라디오에서 진행자가 누군가의 사연을 낭독한다. 요즘 흔 하디 흔한 아내사랑 타령인데 사연인즉 그저 그렇다. 아내가 처가에서 4남매 중 세 번째인데 자신도 역시 셋째여서 같은 처지라 아내가 사랑스럽고 또 어쪄구 저쩌구 하는데 이래서 사랑스럽고 저래서 사랑스럽고~ 사연이라고 읽어주는데 둔감한 내게는 전혀 사랑스런 느낌이 오지 않는다. 그래도 여러 사람 듣는 방송인데 좀 보태서라도 사랑스런 느낌이 나게 할 수는 없었을까 ? 이제는 우리사회가 원하던 대로 서구화되어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무엇보다 존중되고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고 도처에서 시도 때도 없이 사랑 표현하는 일이 당연시 되었다지만 좁은 공간 버스 속에서 이상스레 귀 막고 있을 수도 없어 참 민망하단 생각이 들었었다. 사무실에 당도..

양갱이수미(羊羹雖美)라도

정유년 올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주자(朱子)께서 ‘일월서의 주야불사 세불아연(日月逝矣 晝夜不捨 歲不我延)’ ‘세월은 밤낮으로 쉬지 않고 흘러가고 세월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했는데 한해두해 나이를 먹어가니 그 말씀이 더욱 실감이 난다. 이맘때쯤이면 지난 한해를 사자성어로 규정짓는데 올 한해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라고 한다. ‘그릇된 것을 깨버리고 바른 것을 세운다’는 뜻이다. 탄핵과 정권교체 정국을 염두에 두고 정해진 것이라 하는데 오늘의 현정(顯正)이 내일 그리고 다음날도 현정(顯正)으로 이어가는지는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지난 해 연말에는 돌아가는 정국을 보며 ‘견지망월(見指望月)’이라는 말을 했었다.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켰더니 보라는 달은 보지 않고 가리키는..